PART 1. 요리의 삶이 지칠 때, 과자가 찾아왔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자퇴를 선택한 소녀, 베이킹의 매력에 빠지다.
예림님은 17세가 되던 무렵, 학교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기 위해서요. 그러다 19세가 됐을 무렵, 자신에 대한 탐구를 위한 여행을 떠났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어요. 인도에서 여행을 하던 중, 흥미를 느끼고 요리를 시작했죠. 쉬는 날 요리 외의 즐거움과 휴식을 찾다가 과자를 구워보기 시작했어요.”
“요리는 ‘손맛’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면, 베이킹은 ‘화학’과 ‘정밀함’의 세계거든요. 그 새로운 즐거움에 빠졌죠. 내가 구운 과자를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느껴지는 힐링, 그 화학적이고도 다정한 반응이 저를 다시 일으켰어요.”
그녀는 베이킹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되게 재미있는 일’을 하며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식사보다 간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웃음) 과자는 식사와는 달라요. 일상 사이사이에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삶의 도파민’ 같은 존재죠. 접근성도 좋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이보다 좋은 매개체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소녀는 고향인 제주로 돌아옵니다. 복귀 후, 업으로 요리를 하면서도 줄곧 베이킹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그녀는 결국 확신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질문에 해답은 ‘과자’에 있다는 것을요.
PART 2. 콩과 비건에 대한 성찰: ‘소외되는 것’에 대하여
고향 제주에서 버려진 콩들을 발견하다.
궁금했습니다. 베이킹에 매료된 그녀가 제주로 돌아와 디저트 카페를 창업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어떤 이유로 콩을 주 재료로 결정한 것인지. 어떤 계기로 비건 베이킹을 선택하게 된 것인지 말이죠.
“처음부터 콩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어요. 농부님들이 힘들게 키운 농산물이 단지 모양이나 색감이 다르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게 싫었어요. 제 고향 제주의 땅에서 가장 많이 소외되는 게 바로 ‘콩나물콩’이었던 거예요. 제주는 콩나물콩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하지만, 그만큼 비상품으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양도 엄청나거든요.”

버려지는 농산물들.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녀는 버려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신이 어떻게 비상품 콩에 손을 보탤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접목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상품 콩으로 과자를 굽는 것이죠.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은 베이킹이니 거기에 접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접근성도 좋고, 알리기도 좋을 것 같아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일에 또 다른 가치를 더한 그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 발견한 베이킹에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가치를 더한 그녀의 서사에 매료되던 순간, 또 다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비건 베이킹일까?
비건 베이킹의 시작
“제 주변엔 홈스쿨링이나 대안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많아요. 비건이 유행하기 전부터 동물권을 위해 채식을 하던 친구들이었죠.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과자가 너무 없어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아무 걱정 없이. 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준 과자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신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
버려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점차 소외되는 자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갔습니다. 제약에 의해 맛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 제약을 없애주는 방법을 찾았고. 그 방법은 성공적이었죠. 비상품 콩을 통해 만든 비건 디저트의 시작이었습니다.
PART 3. 모순을 견디지 못하는 정직함,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의 전환
고기를 먹으면서 비건 과자를 굽는 것에 대한 ‘모순’을 느끼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림님이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비건 과자를 굽는 것에 대한 모순을 느껴 전환을 결심하게 되었다 설명했어요.
“처음엔 그저 가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사람들에게 ‘무해한 삶’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문득 제 자신과 괴리가 느껴졌어요. ‘나는 고기를 먹으면서 이 가치를 알린다는 게 맞나?’ 싶었죠. 그 마음의 불편함이 결국 저를 페스코(Pesco) 채식주의자로 이끌었어요.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요.”
카페를 찾은 고객들의 비건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 위와 같은 모순이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던 그녀는 직접 한 형태의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평화를 되찾았어요. ‘진정성에 의한 실천’이라는 또 하나의 가치가 더해진 순간이죠.
*페스코 베지테리언: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와 가금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과 해산물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의 한 형태.
PART 4. “이 테이블에 소외된 자는 없다”
예에쓰를 운영하며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 하나
“답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결국 ‘소외됨이 없는 것’이에요. 견과류, 밀가루, 콩, 유제품, 계란… 알레르기나 신념 때문에 이 모든 걸 못 먹는 사람이라도 예에쓰에서는 즐거울 수 있어야 해요. ‘모든 걸 뺀 과자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아직 완벽한 답은 못 찾았지만, 최대한 많은 이가 소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그게 예에쓰가 추구하는 방식이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가치입니다.”
예에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신만의 힘으로 해결해나가는 예림님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마음의 여유요. 시간적인 여유가 아니라 심적인 여유요. 몸이 힘들어도 내 마음이 평온하면 에너지가 나거든요. 물론 그 여유를 지키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잘 먹고, 제주의 계절마다 나오는 식재료를 만지며 새로운 구상을 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 노력합니다.”
타협할 수 없는 가치 하나이자 그녀의 꿈은 소외됨이 없는 세상이자,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비건 음식을 편견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자, 각자의 선택이 존중 받는 세상이었어요. 그리고 실천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죠. 마음의 여유와 함께.

PART 5. 10년 후에 대하여
10년 후의 예림님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해졌습니다. 10년 후, 37세의 예림님은 어떤 모습일지요. 그녀는 이렇게 답했어요.
“호주에 가서 더 넓은 베이킹의 세계를 배우고 돌아와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남자친구와 함께(웃음) 디저트뿐만 아니라 콩 버터나 후무스를 곁들인 식사까지 대접하는 가게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혼자 메뉴 개발을 하며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언젠가 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으쌰으쌰’ 할 수 있는 팀원을 만나는 것도 꿈이에요.”
지금은 쿠키만 만들고 있지만, 콩을 활용한 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싶다고 해요. 파스타와 후무스 같은 음식 말이죠. 단기 목표는 콩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콩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비상품 식재료들을 찾아 차근차근 넓혀나가고 싶으시다고도 하셨죠.
예에쓰를 통해 가치를 실현시키려는 예림님의 개인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저 ‘오늘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하루’를 사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본질(알맹이)‘을 찾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말을 할 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라고 본질을 생각해보게 됐죠.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다량의 연습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지키며 하루하루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하루를 알맹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 어찌보면 굉장히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눈빛과 음성에는 확신이 차 있었습니다.

에디터 찰나
인터뷰를 마치고 본 예림 씨의 손에는 콩가루의 흔적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피땀눈물을 닦아내고, 누군가의 소외를 메우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 증거였죠. 비록 본질을 찾는 과정이 여전히 어렵고 연습이 필요하다 말하지만, 그녀가 구운 쿠키 한 입에는 이미 ‘따뜻함’이라는 본질이 꽉 차 있었습니다.
그녀의 오븐은 오늘도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모두가 편견 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그 오븐이 달궈지기까지의 끝없는 객관화와 실천은 분명 험난한 여정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예림님은 앞으로 나아갔죠.
저도 제 방식으로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글을 써야겠어요.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그대들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계신가요? 오늘도 여러분의 오븐이 뜨겁게 달궈지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