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냄새였습니다
착즙 공장 옆을 지나가면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쌓인 감귤박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매년 제주에서 수만 톤이 이렇게 쌓이고, 처리 비용을 내고 버려집니다.
그런데 감귤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약재입니다. 껍질은 진피(陳皮)라 불리며 차로 우려 마셨습니다. 즙을 짜고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가치가 버려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인지 물었습니다
껍질에 뭐가 남아있는지 분석했습니다. 항산화 활성이 높은 천연 모노테르펜이 90% 이상 남아있었습니다. 제주의 거친 자외선과 바람을 견딘 감귤이 축적한 성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추출 방식이었습니다. 감귤박에는 유용 성분과 함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정유와 유기산도 섞여 있습니다. 그걸 분리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었습니다.
3년의 공정
물과 열만 사용하는 증류 추출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유용 성분은 남기고, 자극 성분은 분리했습니다. 이 공정으로 특허 3건을 취득했고, 2025년 국제 화장품 원료 사전(INCI)에 Citrus Unshiu Pomace Water (ID: 41176)로 등재됐습니다.
원료가 완성된 후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건 인증, 인체 적용 시험, 패키징 설계. 수분리 라벨, 콩기름 잉크 인쇄까지. 피부자극지수 0.00 판정을 받고 나서야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귤박수 3-STEP
결과물은 세안 — 토닝 — 보습의 3단계 기초 세트입니다.
페이셜폼 — 사과·코코넛 유래 세정 성분. 세안 후 당김 없는 약산성 비건 클렌저.
토너 — 나이아신아마이드·알란토인·티트리워터. 유수분 밸런스를 잡는 밸런싱 토너.
로션 — 호호바·녹차씨·해바라기씨·마카다미아씨 4가지 오일. 끈적임 없는 산뜻한 보습.
버려지던 감귤박으로 만든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다음이 뭔지는 아직 모릅니다.